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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패션과 유스 컬처: 옷은 손에 쥔 사람이 운용하기에 달렸다
스트리트 패션과 유스 컬처: 옷은 손에 쥔 사람이 운용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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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20: Soft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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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패션과 유스 컬처: 옷은 손에 쥔 사람이 운용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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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패션과 유스 컬처: 옷은 손에 쥔 사람이 운용하기에 달렸다

박세진(패션 칼럼니스트)

어느 날 등산복은 힙합의 옷이 된다

‘마운틴 파카’ 또는 ‘마운틴 재킷’이라는 옷이 있다. ‘파카’와 ‘재킷’이라는 말을 혼용하기도 하지만, 거칠게 후드가 있으면 파카, 없으면 재킷으로 구분하는 편이다. 물론 말은 나라와 언어에 따라 복잡해지기 때문에 단지 이 사실만으로는 모든 것을 깔끔하게 아우를 수는 없다. 어쨌든 마운틴 파카 또는 마운틴 재킷이다.

마운틴 파카는 말 그대로 등산을 할 때 입는 옷이다. 방수와 방풍 기능을 갖춘, 살짝 단단한 겉감에 길이는 엉덩이를 덮는 정도다. 일반적으로 보온재는 들어 있지 않다. 산에서 입기 위해 만든 옷이고, 인간이 옷에서 감당할 수 있는 무게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최소의 무게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한다. 보온용 아우터웨어와 우의의 구조에서는 일반적으로 겉감이 겹치기 마련이다. 이런 비효율성은 겉감과 보온재를 따로 착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 결합할 수 있도록 고안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여기서 겉감에 해당하는 것이 마운틴 파카다. 마운틴 파카 이전에 파카는 에스키모가 입는 두꺼운 겨울 외투를 모방한 결과다. 세계대전 시기에 군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용도에 맞고, 활동성이 우수한 보온 의류를 만들었다. 그 뒤에 등장한 여러 방한 외투는 오늘날 일상복은 물론이고, 패션 아우터웨어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옷은 베트남전쟁 시기에 등장한 M-65다. 정식 명칭은 ‘M-1965 필드 재킷’으로, 모델명에서 알아차릴 수 있듯 1965년에 생산되었다. 이전 모델로는 M-43과 M-51이 있다. 이름에 붙은 숫자를 따라가보면 미군이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대규모 전쟁에 참전할 때마다 현지의 상황에 맞게 수정되고 보완된 점을 알 수 있다. M-65는 전면에 커다란 주머니 네 개, 붙였다 뗄 수 있는 내피, 면 50퍼센트와 나일론 50퍼센트의 혼방으로 살짝 두꺼우면서 발수가 되는 겉감을 갖췄다. 칼라 속에 간이 후드가 있지만, 붙였다 뗄 수 있는 본격적인 후드는 따로 있다. 그 뒤 M-65는 생김새, 기능성, 유래 등이 각각 분리되고 결합되며 히피와 서바이벌 마니아, 밀리터리 패션과 하이 패션, 일상복과 작업복까지 여러 범위에서 사용된다.

(…)

마운틴 파카는 후드 부분에 옷을 말아 넣어 작게 접을 수 있다. 등산을 할 때 그렇게 말아 배낭에 넣었다가 갑자기 바람이 불거나 가는 비가 내리면 꺼내 입으면 된다. 안에 셔츠를 입어도 되고, 약간 더 추워지면 스웨터를 입는다. 아주 추우면 다운 조끼나 재킷을 입을 수도 있다. 쉽게 접어 휴대할 수 있다는 점은 마운틴 파카를 비롯한 아웃도어용 셸의 특징이다. 도심에서만 입는 터라 후드에 접어 넣을 일이 없어도 적어도 그런 기능을 갖춰야만 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는 고기능성을 표방한 패션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게 도심의 반전 시위형 히피들은 M-65를, 상업화한 문명에 반감을 품고 자연과 함께 하려는 운동형 히피들은 시에라 디자인의 마운틴 파카를 입었다. 히피 문화가 세계로 퍼져 나가며 그들이 입은 옷 또한 퍼져나갔다. 그리고 홀루바나 시에라 디자인을 시작으로 당대의 여러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형태가 거의 비슷한 마운틴 재킷을 내놓기 시작했다. 1970~8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아웃도어 의류를 살펴보면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 로고만 달리 붙인듯 거의 유사하다. 마운틴 재킷뿐 아니라 다운 조끼, 플리스 재킷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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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물류 창고 노동자의 작업복은 서퍼의 옷이 된다

후드와 스웨트셔츠에 관한 이야기에도 파카가 등장한다. 앞에서 말했듯 파카는 후드가 달린 아우터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후드를 파카라고 부르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소개하는 제품 또한 볼 수 있다. 조금 더 많이 사용되는 명칭은 후디(hoody)다. 후드가 붙은 스웨트셔츠, 즉 후디드 스웨트셔츠를 가리킨다. 한편, 스웨트셔츠는 한국에서 ‘맨투맨’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각각 스웨트셔츠와 후드라고 적는다.

운동복이나 그에 준하는 일상복으로 많이 사용되는 두 가지 옷은 공통점이 많지만 유래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스웨트셔츠에 모자가 달리면 더 유용하겠다는 이유로 후드가 등장하거나, 후드에 모자가 없으면 더 편하겠다는 이유로 스웨트셔츠가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런 오래된 옷의 유래는 역사를 강조하는 브랜드를 거쳐 정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흘려들을 필요는 있다.

1920년대 미식축구 선수들은 울로 만들어진 유니폼을 주로 입었는데, 따갑고 불편했다고 한다. 당시 쿼터백이었던 벤자민 러셀 주니어(Benjamin Russell Jr.)는 여성과 어린 아이용 셔츠와 속옷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와 함께 풀오버(pullover)를 개발했다. 이 옷은 두꺼운 코튼 저지로 땀을 잘 흡수하는 한편, 따뜻하고 헐렁해 편하게 입을 수 있었다. 이 옷이 바로 스웨트셔츠고, 벤자민 러셀 주니어의 아버지는 회사 이름을 ‘러셀 어슬레틱 컴퍼니(Russell Athletic Company)’로 바꿨다. 1919년 미식축구 유니폼 등을 만들던 니커보커 니팅 컴퍼니(Knickerbocker Knitting Company)는 1930년대에 ‘챔피언 니팅 밀스(Champion Knitting Mills)’로 이름을 바꾸고 스웨트셔츠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 옷은 곧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훈련이나 신체 교육 등에 사용되었다. 스웨트셔츠는 등장과 함께 체육과 밀리터리의 세계에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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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이곳으로 들어온다

기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일상복은 소비되는 지역에 깊이 뿌리 박고 있다.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의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난 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는다. 사실 기능성이 패션이나 일상복으로 자리 잡는 일은 제법 흔하다. 일찍이 루이뷔통(Louis Vuittion)은 방수 기능을 갖춘 여행 가방으로 유명했고, 에르메스(Hermes)는 마구(馬具)를 제조하는 회사였다. 버버리의 개버딘(Gabardine)은 오늘날의 고어텍스 같은 기능성 직물로, 극지를 탐험하거나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모험가들이 입는 옷에 사용되곤 했다. 그뿐 아니라 청바지가 세상에 자리 잡는 과정만 살펴도 알 수 있다. 패션에 가장 민감한 사람도 청바지를 입고, 가장 둔감한 사람도 청바지를 입는다.

일상적 작업복과 기능복이 세상을 도는 사이에 한편에서는 다른 일이 일어난다.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 웹, 그리고 소셜 미디어는 사고의 일부가 되고, 세상의 흐름을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만든다. 힙합은 주류 문화가 된다. 마운틴 파카와 스웨트셔츠, 후드를 비롯해 패커블 윈드브레이커, 플리스 등 대량생산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옷이 주인공의 자리에 등극하면서 러프함은 하이 패션에서도 주요한 덕목이 된다.

아웃도어와 작업용으로 사용되던 옷의 오버사이즈 핏은 안락함과 편안함뿐 아니라 젠더리스, 유니섹스, 자기 몸 긍정주의 등 사람들이 오늘날의 패션에 요구하는 덕목을 제공하는 바탕이 된다. ‘어글리 프리티(ugly pretty)’ 같은 이름으로 패션의 새로운 미감이 되기도 한다. 세월이 만들어낸 지워지지 않는 얼룩과 수선을 거친 자국은 ‘낡은 옷을 입는 창피함’이 아니라 물건에 삶의 흔적을 부여하며 오랫동안 사용하는 명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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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화한 아웃도어 의류에는 기능성보다 생김새가 더욱 중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기능성이 없어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어텍스 로고, 멀리서도 식별할 수 있는 리플렉티브 띠, 안전을 위한 클립 고리 등은 패션을 위한 장식이 된다. 한쪽에서는 패션과 상관없이 따뜻하려고 플리스를 입고, 다른 한쪽에서는 최신 레트로 유행의 하나로 플리스를 입는다. 아메카지에 심취한 사람들은 전통의 방식이 깃든 티셔츠를 입고, 어디에서는 1980년대 뉴욕의 힙합 뮤지션처럼 후드를 입는다. 비슷한 옷이 많을수록 색상과 로고는 무엇보다 눈에 띄는 방식이 된다. 이 브랜드의 옷을 입었다는 표시는 자신의 패션 스타일과 삶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심지어 사회적·정치적 성향까지 드러낼 수 있다. 색상과 로고 외에도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은 기능성이나 디자인을 보충하거나 상징성을 배가하는 역할을 한다.

(…)

상황이 이렇다고 얼핏 평범해 보이는 옷에 숨은 다양하고 복잡한 맥락을 하나하나 따져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일상과 동떨어져 홀로 고고하게 빛나는 패션의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주위에서 유행하기 때문에, 왠지 멋져 보이기 때문에, 유명인이 입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대책 없이 사들인 결과는 빈약한 통장 잔고와 자신의 생활과 아무런 관련 없이 쌓여가는 옷 뭉치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즐거운 삶을 살아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과 패션, 브랜드와 문화를 찾을 수 있다. 브랜드 또한 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서 점점 정교하게 자신의 자리를 점유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 이제 패션은 바로 그런 것이다.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은 패션붑( www.fashionboop.com )을 운영하며 패션에 관한 글을 쓰고 번역을 한다. 지은 책으로 패션 vs. 패션, 레플리카, 일상복 탐구: 새로운 패션이, 옮긴 책으로 빈티지 맨즈웨어, 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 아메토라: 일본은 어떻게 아메리칸 스타일을 구원했는가(근간)가 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정지돈
이것은 이것이 결코 저것이 아닌 것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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