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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20SPT004NA

이것은 이것이 결코 저것이 아닌 것이 결코 아니다
이것은 이것이 결코 저것이 아닌 것이 결코 아니다
Season
SS20: Soft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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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20SPT004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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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이것이 결코 저것이 아닌 것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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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20SPT004NA

이것은 이것이 결코 저것이 아닌 것이 결코 아니다

thisisneverthat·워크룸

thisisneverthat을 시작한 해가 2010년이었다. 오늘은 그보다 조금 더 앞에서 시작해보자. thisisneverthat은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나.

유년 시절부터 친구인 조나단과 최종규는 한마디로 원조 ‘등골 브레이커’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압구정동의 캠프(Camp)나 오일(Oil)을 들락거리고, PC 통신 천리안의 ‘패사모’ 같은 게시판에서 활동하며 구찌(Gucci), 루이 비통(Louis Vuitton), 프라다(Prada),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돌체 & 가바나(Dolce & Gabbana) 같은 명품 브랜드를 입고 다녔다. 멋있다는 옷이 있으면 반드시 사서 입어봐야 했다. 학교도 달랐고, 함께 브랜드를 만들자고 이야기한 적도 없었지만, 둘 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함께 옷을 만들고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열두 시간 동안 옷만 만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긴 수행의 시간이었다. 문화적으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터치, H2 같은 아다치 미츠루(あだち充)의 만화를 좋아했다.

(…)

브랜드명은 어떤 뜻인가?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것’은 왜 결코 ‘저것’이 아닌가?

대학교 수업 시간에 들은 말로, 처음에 떠올린 이미지와 여러 과정을 거친 실제 제품은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어떤 이미지를 종이에 스케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뭔가 만들었을 때 결과물은 처음 떠올린 이미지와 전혀 다르거나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 즉, this는 처음 떠올린 이미지, that은 결과물이다. 몇 가지 버전을 거쳐 2013년부터 지금까지 사용하는 로고는 띄어쓰기 없이 헬베티카(Helvetica) 소문자만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 점에서 브랜드명과 함께 기본을 중시하겠다는 태도로 읽는 사람도 있지만, 단순히 이상적인 형태를 찾은 결과다.

이름은 신발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딘가 어색하지만, 신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브랜드명을 정할 기회를 준다면?

사실 thisisneverthat은 브랜드명이 아니라 디자인에 관한 우리의 철학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렇다 할 브랜드명을 정하지 못했고, 결국 thisisneverthat 이 브랜드명이 됐다. 다른 후보로는 최종규와 조나단의 이름을 줄인 JKND가 있었는데, 지금은 thisisneverthat 의 법인명으로 사용된다. 다시 브랜드명을 정할 기회가 오더라도, 우리가 변하지 않는 이상 이보다 나은 것을 정할 자신은 없다.

브랜드명 자체가 슬로건인 셈이다. 이밖에 좋아하는 슬로건이 있는가?

음마투전(飮馬投錢). 말에게 물을 먹일 때 먼저 돈을 물속에 던져 물 값을 낸다는 뜻이다. 중국의 고서 삼보결록(三輔決錄)에 전해오는 사자성어인데, 쉽게 말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뜻이다. 크든 작든 누군가에게 신세 지는 일을 싫어한다. 브랜드를 시작할 때부터 공짜만큼 비싼 게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껴왔다. 이제껏 thisisneverthat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고어텍스(GORE-TEX)에서 로고에 내세우던 “베스트 디펜스(Best defense)”라는 슬로건도 좋아한다. 슬로건이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브랜드의 실천과 맞아떨어지면 어떤 아우라가 생긴다.

(…)

thisisneverthat의 약점은?

한국의 모든 스트리트 브랜드가 그렇듯 문화적인 뿌리가 튼튼하지 않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같은 국가적인 재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케이트보드나 서핑 같은 배경이 부족하다. 한국에는 스투시(Stussy)같이 40여 년 넘게 유지된 브랜드가 없다. 결국 우리가 보고 영향받은 많은 게 미국과 일본의 그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패션에서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미국과 유럽을 모방하고 편집하며 자신만의 영토를 개척했고, 오늘날 다시 미국과 유럽에 영향을 미치듯 이제는 한국에서도 모방과 편집의 시기가 지나 새로운 게 생기고 있다. 물론 thisisneverthat도 그 일부다.

(…)

thisisneverthat의 서브 브랜드로 삼고 싶을 만큼 탐나는 한국 브랜드가 있는가?

없다.

(…)

물류 창고는 어디에 있는가?

파주. 상주하는 직원이 있지만, 시즌 초반 등 일손이 부족한 시기에는 지금도 조나단과 최종규까지 나서서 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고, 발송한다. 제품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라는 점에서 어쩌면 패션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 있다.

(…)

10주년을 기념하는 책과 웹사이트를 만든 워크룸과의 협업에서는 오히려 thisisneverthat에서 연락했다.

일찍이 워크룸의 그래픽 디자인 작업과 워크룸 프레스의 책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반갑게도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 씨의 패션 vs. 패션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 패션에 관해 읽을 만한 책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실용 총서’ 중 한 권인 고바야시 야스히코(小林泰彦)의 헤비듀티(ヘビーデューティーの本)뿐 아니라 박세진 씨의 일상복 탐구를 재미있게 읽었다. 사이먼 레이놀즈(Simon Reynolds)의 레트로 마니아: 과거에 중독된 대중문화 (Retromania: Pop Culture’s Addiction to Its Own Past),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스크린의 추방자들(The Wretched of the Screen)도 좋았다. 워크룸이라면 책에 관해서는 걱정 없이 부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제품에 코드를 부여하고 목록화한 것 또한 워크룸의 제안이었다. 브랜드로서는 섣불리 할 수 없는 시도다.

10년 동안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큰 고민 없이 닥치는 일을 하나하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제품을 목록화하며 하나하나 돌아보니 실로 적지 않았다. 늘 눈으로 확인해야 하고 손으로 만져야 하는 일이어서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단언컨대 이제껏 한 번도 지겨운 적이 없었다. 운 좋게 평생 하기 좋은 일을 택했다 싶다. 처음에는 많은 브랜드가 그렇듯 단순히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였다. 이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는 지금과 같은 태도와 방식으로 20년까지 일단 해보자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정말이지 하기 싫은 일은?

인터뷰.

(…)

지금 옷장에 있는 옷 중 가장 오래된 것은?

A.P.C.의 프랑스군 M-65 재킷. 2007년 대학생 시절에 구매한 빈티지다. 기능적이고 편해서 생각 없이 입게 된다. 오랫동안 입지 않는 옷은 대개 처분하는 편이다. 옷을 입지 않고 옷장에 고이 모셔둔다면 옷이라 할 수 없다. thisisneverthat의 옷 또한 마땅히 그렇게 취급해야 한다.


  • 인터뷰이: thisisneverthat / 김민태, 박인욱, 조나단, 최종규
  • 인터뷰어: 워크룸 / 민구홍, 황석원
이것이냐 저것이냐

정지돈
스트리트 패션과 유스 컬처

박세진